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크루즈 싫어 인간의 하롱베이 여행기 | 관광 없이 즐긴 2박 3일 휴양 후기

by swami 2026. 6. 2.

하롱베이에 다녀왔다고 하면 사람들의 반응은 거의 비슷하다. "크루즈 탔어?", "동굴은 갔어?" 나 역시 처음에는 하롱베이 여행이라고 하면 크루즈가 필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 하롱베이 여행에서는 크루즈를 타지 않았다. 동굴 관광도 하지 않았다. 선월드 같은 관광지 역시 한 곳도 방문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모두에게 이렇게 대답했다. "아니. 아무것도 안 했는데?"

 

대신 숙소에서 수영하고, 집에서 챙겨 간 음식을 먹고, 배달 음식을 시켜 먹으며 2박 3일을 보냈다. 처음에는 조금 아쉬울까 걱정했지만, 막상 다녀와 보니 오히려 만족도가 높았던 여행이었다. 하롱베이 여행 후기라고 쓰고 있지만, 어쩌면 '숙소에서 뒹굴거리기 후기'에 더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보통 하롱베이는 크루즈를 타고 석회암 절벽 사이를 누비며 관광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검색해 봐도 대부분 그런 후기들이다. 하지만 의외로 나처럼 배 타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많다. 멀미가 걱정되는 사람도 있고, 관광보다 휴양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이번 여행은 그런 사람을 위한 하롱베이 여행이었다.

관광보다 휴식.

구경보다 수영.

계획보다 멍때리기.

그렇게 보낸 2박 3일 이야기이다.

하롱베이에 간다고 꼭 크루즈를 타야 할까?

하롱베이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지이다. 그래서 검색만 해도 크루즈 후기와 관광 일정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크루즈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배 멀미가 걱정되는 사람도 있고, 정해진 시간에 맞춰 움직이는 일정이 부담스러운 사람도 있다. 또, 나처럼 관광보다 휴식을 더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2박3일의 여행동안 숙소바깥으로 나가지는 않았었지만 크루즈처럼 '못' 나가는 상황도 그리 반갑지는 않은 느낌이다. 특히 베트남에 살다 보면 하롱베이가 "평생 한 번 갈 여행지"라기보다 주말에 다녀올 수 있는 근교 여행지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물론 3시간이상 거리라서 마음먹고 가야하긴 하지만. 이번 여행도 그런 마음으로 떠났다. 유명한 관광지를 정복하겠다는 생각보다는 아이와 함께 며칠만이라도 푹 쉬고 놀고 오자는 마음이 더 컸다.

우리가 크루즈를 포기한 이유

하롱베이 여행을 계획하면서 가장 먼저 고민한 것은 크루즈였다. 사실 하롱베이에 가면 당연히 크루즈를 타야 하는 줄 알았다. 검색해도 대부분 크루즈 후기이고, 하롱베이의 대표 관광 코스이기도 하다. 그런데 알아볼수록 나는 크루즈가 썩 끌리지 않았다. 가장 큰 이유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다는 점이었다. 크루즈에 탑승하면 정해진 일정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 물론 그게 크루즈 여행의 매력이기도 하지만, 나는 오히려 답답하게 느껴졌다. 여행을 하다 보면 갑자기 숙소로 돌아가 쉬고 싶을 때도 있고, 혼자 조용히 시간을 보내고 싶을 때도 있는데 배 위에서는 그럴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솔직히 말하면 나는 배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 배를 타고 몇 시간을 관광하는 것보다 숙소 테라스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며 커피를 마시는 쪽이 더 좋다. 그래서 이번에는 과감하게 크루즈를 포기했다.

음식에 대한 걱정도 있었다. 크루즈 식사가 훌륭하다는 후기도 많았지만, 여행에서 먹는 즐거움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고 베트남음식을 즐겨먹는 편이 아니라서 혹시 입맛에 맞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몇 시간 동안 배 안에 있어야 하는데 음식까지 만족스럽지 않다면 여행의 즐거움이 반감될 것 같았다. 결국 우리는 크루즈 대신 숙소에서 푹 쉬는 여행을 선택했다. 결과적으로는 아주 만족스러운 선택이었다.

숙소에서 보는 하롱베이 뷰

숙소에서만 보낸 2박 3일

이번 여행의 대부분은 숙소에서 보냈다. 수영장에서 놀고, 방에서 쉬고, 낮잠을 자고, 간식을 먹고, 또 수영했다. 집에서 과자와 음료, 컵라면 같은 먹거리를 챙겨 갔고, 식사는 배달K 앱으로 주문했다. 여기서도 배달K앱을 사용하다니 내심 놀랐다. 그리고 거기에서 내입맛에 딱맞는 학교앞 분식집에서 파는듯한 맛있는 떡볶이도 먹었다. 

한국에서라면 여행지에 가서 숙소에만 있으면 돈이 아깝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상하게 하롱베이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만으로도 충분히 여행 온 기분이 났고, 아무 일정 없이 보내는 시간이 생각보다 행복했다. 특히 아이는 관광지보다 수영장을 훨씬 좋아했고, 더 즐거워했다. 내가 "여행 왔으니 뭔가 해줘야 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는 것과 달리 아이는 수영하고 먹고 쉬는 것만으로도 만족해했다. 게으른 엄마를 만나서 재미없을까 걱정했던것과는 오히려 반대되는 뜻밖의 결과였다.

관광을 안 했는데도 만족스러웠던 이유

이번 여행을 돌아보면 가장 좋았던 점은 우리 가족 모두가 쉬고 왔다는 것이다. 관광 위주의 여행은 돌아오면 즐겁지만 피곤한 경우도 많다. 여행에서 돌아오면 나와 남편은 반 녹초가 되어 아무것도 못하는게 보통이었는데 이번 여행은 집으로 돌아왔을 때 몸이 훨씬 가벼웠다. 무언가를 많이 본 것은 아니다. 인생 사진을 잔뜩 찍은 것도 아니다. 하지만 오랜만에 알람 없이 다같이 자고, 다같이 느긋하게 일어나서 조식을 먹고 일정 걱정 없이 쉬고, 가족과 시간을 보냈다. 생각해 보니 내가 원했던 여행은 원래 이런 모습에 가까웠다. 숙소를 늦게 예약해서 원했던 숙소가 아님에도 우리가족에겐 너무나도 충분했고 만족스러웠다.

다음에 기회가 되다면 우리가 갔었던 리조트도 후기로 쓰고 싶다. 이 숙소에서는 하롱베이가 한눈에 보이는 뷰를 자랑했는데, 수영을 하면서도 숙소에서도 하롱베이를 볼 수 있었다. 하롱베이를 안 가도 간것만 같았다. 또 밤이되면 각 크루즈에서 하는 작은 불꽃놀이도 구경할 수 있었다.

숙소 수영장에서 보이는 하롱베이

이런 사람이라면 크루즈 없이도 괜찮다

하롱베이에 간다고 해서 반드시 크루즈를 타야 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크루즈가 하롱베이의 대표 관광 상품인 것은 맞다. 하지만 모든 여행이 정답처럼 같은 방식일 필요는 없다. 만약 아래에 해당한다면 크루즈 없는 하롱베이 여행도 충분히 만족스러울 수 있다.

  • 배 타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
  • 관광보다 휴양을 선호하는 사람
  • 어린아이와 함께 여행하는 가족
  • 하노이 근교에서 가볍게 쉬고 싶은 사람
  • 일정에 쫓기는 여행보다 여유로운 여행을 원하는 사람

이번 하롱베이 여행에서 내가 가장 많이 한 일은 아마도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일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게 가장 좋았다.

하롱베이는 꼭 크루즈를 타야만 즐길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적어도 나에게는, 가족과 함께 먹고 쉬고 수영하며 보낸 2박 3일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여행지였다.

 


소개 및 문의 · 개인정보처리방침 · 면책조항

© 2026 주부 0.5단의 고군분투